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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실패할 기회가 필요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성북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438회 작성일 24-01-03 11:31

본문

우리에게도 실패할 기회가 필요하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김**   님



1. 유년시절과 대학시절

안녕하세요! 중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특수교사입니다. 교직에 입문한지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호칭이 종종 어색하게 느껴지고는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제 눈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습니다. 책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안았고, 슈퍼도 없는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살았습니다. 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으니 제 눈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나쁘다는 것을 아는데 까지 너무 무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눈이 급작스럽게 나빠지면서 교정시력이 0.3도 안 되는 나쁜 눈을 가지고 중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력이 나쁘다보니 책과는 가까이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중3이 되어서는 10년 가까이 해오던 좋아하는 운동들도 모두 접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이 새로 입학할 고등학교를 알아보고 있을 때, 저는 제가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입학하게 된 맹학교에서 6년이라는 긴 학창시절을 마치고, 23살이 되어서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맹학교에 다닐 때부터 특수교사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1년여 앞 둔 시점에서 당시 전맹이시던 담임선생님과 진로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상담을 할 일이 있었고, 선생님 또한 저와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내셔서인지 제 마음에 많은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거야. 난 니가 대학을 가든, 안마를 하든, 아니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너를 믿는다.'라는 상담 마지막에 선생님께서 제게 남겨주신 이 한마디가 마음에 '콕!'하고 박혀버렸습니다. 그 뒤로 그 선생님께서는 제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창피하지만 그 선생님을 닮으려면 특수교사가 되어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재수를 하면서 정말 평생 동안 가장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활은 모든 것이 불편했고, 모든 것이 힘들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공부였습니다. 당시 제대로 된 점자정보단말기가 없어 매일 무거운 노트북을 등에 짊어지고 이 건물 저 건물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업을 듣는데 꼭 필요한 교재를 구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교재를 한 권 만들려면 최소한 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해에 출판된 교재를 보려면 최소한 두 달 정도는 기다려야 했습니다. 과제를 하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고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나올 때면 어쩔 수 없이 유급의 봉사자를 구하거나 동기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부탁을 해야만 했습니다. 모든 게 시각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던 맹학교와 달리 그 울타리 밖은 장애가 없는 다수를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소수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절대 고려되지 못하는 게 제가 처음 접한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대학시절 부당한 것, 소수자라서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때마다 학교 관계자분들과 많이 만나 그 분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 정보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정보통신보조기기 지원 사업에 점자정보단말기를 신청한 게 선정이 되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


'이제 그 무거운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겠구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묵직한 서러움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당연히 누려야하는 기본적인 것 때문에 힘들어야만 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장애는 그저 불편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개인이 어떤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있더라도 나의 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 또는 내가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장애가 해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맹학교에 다니는 그 시간 동안은 시각적인 부분 때문에 불편했던 일이 거의 없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 임용준비 과정 및 공부방법

4학년이 되어 여느 특수교육과 학생들처럼 저도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뭐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정말 막막함에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앞서 공부를 시작한 선배들의 임용준비 과정을 살펴보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임용고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기서 부터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비장애인들과 달리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제가 볼 수 있는 형태로 적게는 한 번 많게는 2~3번씩 다시 편집을 하는 과정을 거쳐서야 필요한 자료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몇 복지관에서 필요한 교재를 무상으로 텍스트 파일로 전환해 주는 사업을 제공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중 제가 주로 이용했던 기관 중 하나가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이었습니다. 그렇게 인강을 보면서 강사가 강조하는 부분들을 무작정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외워야할 내용이 너무 방대했고, 저는 하루에 6시간정도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이 시험에 올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초수 때, 낙방의 원인을 암기 부족으로 판단한 저는 암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요약노트도 만들고 오답정리도하고, 무엇보다 암기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하루에 약 10시간 정도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또 낙방이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과 발표 후, 1주일 정도 시간을 갖고 낙방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찾은 낙방의 원인은 공부방법의 문제였습니다. 암기만이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암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암기한 요소들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고 그 관련성을 바탕으로 내용을 이해하며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낙방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공부계획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주 단위, 월 단위, 분기별 단위로 크게 공부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면서 암기한 내용과 이해한 내용들을 잊지 않도록 수시로 복습을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과 임용고시가 모두 얼마나 많이 아느냐로 합격여부를 결정짓는 시험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내용을 정확히 암기 하고 있는가를 바탕으로 합격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복습에 더욱 중요성을 두고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에 7~9시간정도 공부를 하면서 시험을 준비했고, 시험 당일 날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왠지 느낌이 좋았습니다. 모르는 문제도 꾀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는 문제들을 정확히 풀었다는 나름의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제 예상과 같이 합격이었고, 덕분에 저는 지금 아이들과 함께 투닥투닥거리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 임용고시 등과 같은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몇 가지 뽑자면 첫 번째는 마음가짐, 두 번째는 철저한 분석, 세 번째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1년을 보내겠다는 막연한 생각 보다는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합격을 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태도는 어떠해야하는가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준비 과정에서 슬럼프가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린 분석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A라는 목적지를 향해서 무작정 나서게 되면 목적지에 원하는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길을 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출발 전, 목적지에 원하는 시간 안에 도착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대중교통, 지도 등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운 후 수시로 확인하면서 간다면 조금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용고시 또한 이와 동일한 원리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분석의 시간은 절대로 헛된 시간이 아니라 1년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흔들리지 않고 계획에 따라 자신을 끌고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의 계획을 느슨하게 수정하거나, 외부에 자극에 흔들려 계획을 추진하는데 지장이 생기게 되면 다시 방향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명확한 계획이 설정되어 있지 못하게 되면 슬럼프에 빠지거나 방향성을 상실했을 때, 바다 한 가운데 표류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을 믿고 계획을 가능한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용고시, 공무원 시험 모두 매우 어려운 시험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시험은 아닙니다. 굳은 마음가짐, 합격을 위한 방법과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 세밀한 계획과 이를 추진하는 능력이 함께 한다면 합격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자세한 준비방법과 과정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정리하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 보조공학기기 활용 방법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보조공학기기는 사회생활 및 직장생활, 독서, 공부 등 매우 유용한 요소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눈이 나빠진 후,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포이스 아이라는 보조공학기기를 처음 접하면서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소네를 배우면서 수능, 대학시험, 임용고시 등을 넘어 현재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까지 제 생활 전반에 비교적 윤택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장애는 불편함입니다. 즉, 불편함이 사라진다면 장애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기기입니다. 즉, 보조공학기기를 얼마나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느냐는 여러분이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얼마나 줄여 나가느냐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지난 과거를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보조공학기기들이 없었다면 수능, 임용고시라는 커다란 산을 넘을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또한 다양한 공학기기에 관심을 가지시고 공학기기와 여러분과의 관련성을 고민해 보시고 활용한다면 생활 속에서 장애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4. 이 글을 익는 분들께 드리는 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갈 수 없듯,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실패할 자격도 가질 수 없습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실패할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간혹 하고는 합니다. 지금 카페에 혼자 앉아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옆 테이블에 아기가 '음마, 엄마, 임마하며 엄마를 부르고 있습니다. 아기가 엄마라는 발음을 정확히 하기까지 수천 번의 연습이 필요하듯, 아기가 첫 걸음마를 시작하기 위해 수 천 번 넘어지는 연습이 필요하듯, 우리에게도 실패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16살 로봇다리 수영선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16살에 나이에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경쟁하여 체육특기생으로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이 아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넘어져도 일어서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두 다리에 의족을 하고 걷게 하기 전에 넘어지는 연습, 그리고 일어서는 연습을 먼저 시켰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도 이러한 부분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봅니다. 실패와 성공보다 아름다운 것은 '도전' 그 자체입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전하시고, 많이 실패하시고, 많이 성공하셔서 이 사회가 불편함이 줄어들면 장애 또한 줄어든다는 본질적인 사실을 몸소 깨닫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앞길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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