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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성북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댓글 0건 조회436회 작성일 24-01-03 11:32

본문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천안인애학교 김**


나는 천안에 있는 지적장애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12년차가 되는 시각장애 특수교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를 힘들게 하던 진행성 안질환 때문에 시력이 점점 나빠져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부정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을쯤 누군가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서울에 있는 시각장애 학교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나와 같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자유롭고 편안하게 생활하고 공부하는 곳이었다. 점자를 배워 손끝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흰지팡이 보행훈련을 통해 스스로 보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선생님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었지만 같은 시각장애인이었던 시각장애 동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았고 더 이해하기 쉬었다. 장애를 갖게 되고 장애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는 부정과 분노, 우울과 좌절 이란 단계를 거치게 되고 결국 수용을 통해 재활의 의지를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와 같은 상황에 있는 그 누군가가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많은 시각장애 선배들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심을 갖게 되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 것 같다. 시각장애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갔을 때는 또 다른 어려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넓은 교정은 강의실을 혼자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고 강의 교재는 복지관에 타이핑을 의뢰하면 3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어 기말고사 전에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시각장애 선배가 있어 이미 만들어진 교재라도 얻는다면 행운이었다.


먼저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을 우리는 ‘선구자’라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회복지학과나 특수교육 관련 분야로 많이 진출하는 경향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기 보다는 좀 더 많은 자료가 있고 여러 선배들이 있는 전공을 해야 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과 소질과는 달리 상황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2007년 나는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사를 보았다. 하지만 점자 시험지를 고려한 시험 시간 연장이 되지 않아 결국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수능시험에서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시험 시간을 1.5배 더 주는 데에도 불구하고 임용고사에서는 불과 10분을 더 준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아 교육과정 평가원과 국가인권위에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1년간을 싸운 적이 있다. 이때의 심정은 나도 누군가의 선구자가 되어 후배들이 다시 이 길을 걸을 때면 이러한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1년이 지나 국가인권위에서 각 시도 교육청에 시험연장을 권고하였고 임용고사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시험연장이 이루어졌다.


1년이 지나 임용고사에서 합격하여 충청남도 교육청 소속의 특수교사가 되었다. 충청남도는 참고로 시각장애 특수학교가 없다. 그래서 전맹으로는 최초로 지적장애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후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이 지적장애 학교에 발령이 날 때면 내 경험과 용기를 더한 멘토를 하고 있다.


특수교사를 하며 시각장애 교사가 비시각장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여 전문상담교사 자격도 취득하였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2014년에는 한국시각장애교사회 3대 회장을 맡게 되었다. 당시 역점을 두었던 부분은 멘토 멘티 사업, 권익 옹호 사업, 자료 공유 사업, 국제 교류 사업이었다. 이 가운데 멘토 멘티 사업에 중점을 두어 시각장애인 신규 교사가 학교 현장에 갔을 때 처할 어려움에 대한 부분을 경력이 있는 멘토 교사가 함께 의논하고 상담해 주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신규 교사들은 1년이 지나면서 부터는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수업과 업무에 있어 전문가가 되었다.


맹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가르치는 대상이 시각장애 학생이다 보니 시각장애 교사 스스로 담임 및 여러 업무와 대회지도를 할 수 있지만 지적장애 학교에서는 시각장애 교사가 할 수 있는 교과와 업무가제한된다. 물론 저시력 교사의 경우 시력 정도에 따라 직무능력에 큰 영향이 없는 경우도 있다.


현재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시각장애교사회는 100여명이 넘는 시각장애 교사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중 맹학교가 아닌 특수학교, 특수학급 교사가 약 75% 정도이며, 일반학교 교사가 약 25% 정도 된다. 일반학교 과목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음악, 한문 등 다양해지고 있다. 전맹과 저시력 교사 비율은 약 4:6 정도 된다.


얼마 전 시각장애 중고등학교 글쓰기 교실을 주관한 적이 있다. 그 학생들과 미래의 꿈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대가 변한만큼 학생들의 꿈이 다양했다. 정치인, 역사 교사, 소설가, 가수, 성우 등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꿈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학생들이 갖고 있는 꿈과 끼를 살려 사회나 상황에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그들의 꿈을 펴길 시각장애인 선배로서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


어느 누군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길을 먼저 가본 뒤 다음 올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큰 보람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디딤돌과 같이 앞으로 나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노래에서처럼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누군가의 멘토로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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